[민중의 소리 2025-09-21] 마을을 함께 상상하기, 부천 치매 돌봄 리빙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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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부천의료사협 댓글 0건 조회 506회 작성일 25-09-22 10:19본문
[마을 만세] 마을을 함께 상상하기, 부천 치매 돌봄 리빙랩
이선주 전무이사 기고
2025-09-21

9월 21일은 ‘치매 극복의 날’이다. 한국은 2011년 치매관리법을 제정했고, 이날을 국가적인 기념일로 지정했다. 치매가 더 이상 개인과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책임져야 할 공통의 과제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다. 다만 ‘극복’이라는 표현이 마치 ‘치매’ 자체를 제거하거나 이겨내야 할 두려움의 대상으로 인식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아쉬움이 남는데, 원래 이날은 전세계적으로 ‘세계 알츠하이머의 날’이다.
세계 알츠하이머 국제연합(ADI)이 9월을 세계 알츠하이머의 달로, 9월 21일을 세계 알츠하이머의 날로 정해 치매가 특정 개인과 가족의 불행이 아니라 인류 전체가 대응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는 것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있다. 세계적인 선언이 실제 우리의 삶으로 이어지려면 우리는 무엇을 시작해야 할까? 국제적인 다짐이 우리의 일상과 마을 안에서 살아 움직이려면, 무엇보다 치매를 사회 전체의 공동 과제로 받아들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돌봄의 부담을 가족에게만 떠맡기는 구조에서 벗어나,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변화에 참여할 때 선언이 현실이 된다.
부천에서는 이런 문제의식을 지역의 실험으로 풀어내기 위해 민·관·산·학이 만났다. 공공기관인 부천시 보건소와 치매안심센터, 지역 주민 조직인 부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교육기관인 부천대학교 그리고 기업인 한국에자이가 함께한 것이다. 서로 다른 배경과 과제를 가지고 있지만, 또 치매라고 하는 공통의 주제를 중심에 두면서 협력의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되었다. ‘부천 치매돌봄 리빙랩’이라는 이름으로 지역에서 작은 실험을 이어 나가기로 했다.
그 첫 실험은 ‘부천시민 100인 치매돌봄 리빙랩’이라는 이름으로 부천 지역의 학생과 어르신이 만나 치매와 돌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40년 이상 차이 나는 세대가 서로의 삶을 듣고, 그 경험을 메시지로 삼아 새로운 실험을 상상해 보자는 취지였다. 부천대학교 간호학과와 사회복지학과 학생 50명, 그리고 부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해 ‘건강지킴이’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담사’로 활동하고 있는 지역 어르신 50명이 9월 12일 한자리에 모였다.
대학생과 노인이 짝이 되어 이야기 나누고 ‘부천의 치매 돌봄 마을’을 함께 상상했다. 상상의 지도 안에는 제도적으로는 복지 정책 확충하여 국가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 생활 속에서는 밥상 공동체와 돌봄 순환 마을 같은 연대적 돌봄 구조를 만드는 것, 치매 환자를 존중하고 긍정적인 관계를 맺는 사회 전체의 태도 변화의 필요성이 담겨 있었다. 함께 그려낸 마을은 단순히 치매 환자만을 돌보는 공간이 아니라, 세대와 이웃이 어울려 서로를 지탱하는 공동체의 모습으로 완성이 됐다.
3시간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학생은 어르신들의 삶을 통해 치매와 돌봄을 자신의 문제로 바라보게 되었고, 어르신들은 자신의 이야기가 젊은 세대에게 의미 있는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존중을 경험한 시간이었다. 서로 다른 세대가 만나 치매와 돌봄을 각자의 어려움이 아닌 공동의 과제로 확인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새로운 한 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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