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신문> 메르스와 공공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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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부천의료사협 댓글 0건 조회 1,218회 작성일 19-10-28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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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감염이 확진된 지 한 달이 되었다. 불안과 탄식의 한 달이 지나고, 어제 하루 동안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아 진정 국면으로 넘어가는 듯하다. 하지만 아직 5천명 이상의 격리자가 있고, 3차 유행의 가능성이 있는 병원이 존재하여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부천에서도 지난 6일 메르스 감염 환자가 발생하여 곧바로 격리 치료에 들어갔으나, 증상이 발생하고 확진하기까지 6-7일 동안 인근 의원, 사우나 등 일상생활을 하여 전파의 위험성이 있었다. 다행히도 4차 지역 감염은 없었고, 또 부천시는 환자의 이동 경로를 신속히 발표하여 시민들의 불안을 줄일 수 있었다.

  메르스는 호흡기 감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균으로, 3년 전에 중동에서 처음 발견된 후 작년에는 주로 중동지역에 천여 명의 환자가 발생하였고, 감염자의 40%가 사망하는 치명적인 전염병이었다. 하지만 유럽, 미국, 동남아시아 등 타국으로 전염되는 경우는 2-4명으로 적은 숫자일뿐더러 곧바로 방역에 성공하여 전파를 차단하였다. 그런데 의료선진국을 자랑하는 한국에서, 2003년 사스 사망자가 단 한명도 없이 훌륭하게 막아낸 모범방역국인 한국에서 메르스 바이러스가 이처럼 창궐할 줄은 어느 누구도 몰랐던 것 같다. 질병관리본부는 검역을 강화하라는 WHO(세계보건기구)의 권고 사항을 무시하였고, 삼성서울병원은 전문가임을 내세워 메르스 바이러스를 단순 독감으로 여기고 비밀로 자체 처리하려 하였다.
 결국 왜곡된 한국의료체계의 민낯이 모두 까발려졌고, 지난 세월호 참사와 같이 정부의 재난 대처 능력 부족을 여실히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현재 172명의 감염자 중 사망한 27명은 가족과의 마지막 이별마저도 혼자 맞이해야하는 안타까운 상황을 만들었으며, 초기 대응 미비와 진실감추기로 인해 전 국민을 혼란과 불안에 빠져들게 하였다.

메르스 확산의 원인에서 주목해야 할 ‘빈약한 공공의료 체계’

​ 메르스 확산의 원인을 분석하면서 다양한 이유들이 거론되고 있다. WHO 대변인은 ‘병원과 응급실이 극도로 밀도가 높고 꽉 차 있었으며 병원에 대거 병문안을 가는 관습이 모두 조합된 결과’라고 설명하였다. 현상만 봐서는 그 말이 맞는다고 할 수 있지만, 좀 더 생각하면 왜곡된 의료체계가 원인임을 알 수 있다. 의료전달체계의 파괴, 주치의 제도 부재. 상병수당의 부재, 보호자 간병제도, 빈약한 공공의료 등이 그 원인인 것이다. 그중에 문제의 핵심 고리는 빈약한 공공의료로 이는 의료민영화, 건강보험 보장성 악화 등으로도 연결된다.
 이제 알 만한 사람은 다 아시겠지만 우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부실한 공공의료를 가진 나라에서 살고 있다. OECD 국가들의 평균 공공의료기관은 80%에 이르지만 우리나라는 전체 병원수의 6%, 병상수의 10%만이 공공의료기관이다. 병원 수 6% 안에는 서울대학병원을 위시한 각 도의 국립대학병원들까지 포함되어 있어서, 사실상 실질적인 공공의료기관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민간의료의 천국인 미국에서도 공공의료가 27%에 이르는데 한국에서는 이렇게 빈약한 공공의료로 어떻게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데 문제는 없었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메르스 전염 초기에는 민간의료기관에서 고열이 나는 환자는 아예 병원 출입을 못하게 하고 다른 병원으로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이는 2003년 사스 지정병원 선정에 어려움이 많았던 이유, 2009년 서울대학병원조차도 신종플루 환자를 거부했던 이유와 모두 동일한 원인으로 반복되는 현상인 것이다. 금번 부천시민의 메르스 감염이 확진된 부천성모병원의 경우 환자수가 평상시의 30%로 줄게 되었고, 타 지역은 아예 폐쇄하기도 하여 막대한 경제적인 타격을 입는 것이 현실인 이유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전문가들이 공공의료기관의 확대와 강화를 주장하였다. 그러나 정부는 해결책으로 공공의료기관을 늘리기보다 ‘질병관리본부’ 등을 만들어 민간의료기관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역할을 배분하고자 하였다. 그런데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삼성서울병원은 정부의 통제에 따르고 있는가? 초기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병원을 폐쇄시켜야 할 보건복지부는 오히려 삼성서울병원이 안전하다고 홍보하였고, 81명이라는 전국적인 메르스 감염자를 만들어 낸 후 뒤늦게 병원을 일부 폐쇄하자 원격진료를 승인해 주었다. 또한 초기 방역에 실패하고 전국적으로 확산된 시점에서 질병관리본부가 전국 의료기관을 통제하고 역할을 배분할 능력이 있었는가? 확진 환자수가 166명에 이르는데 전국의 음압격리병상이 104개에 불과하여 확진자를 어디로 보내야 할지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열악한 환경에서 메르스 환자 치료에 사투를 벌이고 있는 현장의 의료인이 있기에 이나마 막아지고 있는 것이다.

 공공의료, 부천은?

​ 해결 방법은 각 지역별로 지역거점 공공의료기관을 설립해서 음압격리병상을 확충하고, 인적, 물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누구나 그러하듯이 민간의료기관 역시 수익을 위해 수가가 높은 치료에만 급급하지 원내감염관리에는 관심이 없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 때 사회적 합의를 통해 공공의료기관 30% 확충을 하기로 하였고, 그에 따른 예산 확보 방안과 시행 단계를 발표한 바가 있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지켜지지 않았고, 박근혜 정부는 그나마 있는 진주의료원마저 폐쇄하기에 이른다. 부천에는 부천시립노인요양병원이 유일한 공공병원이다. 그리고 얼마 전에 김만수 부천시장은 이곳에 음압격리병실을 설치하겠다고 하였다. 하지만 부천시립노인요양병원은 지난 5년간 민간병원이 위탁 운영을 하면서 공공성은 상실하고, 불투명한 회계로 부도덕성이 감사 결과 밝혀졌다. 그 곳에 위탁을 유지한 채로 음압격리병실을 만든다고 해서 제대로 운영이 될지 의심스럽고, 음압격리병실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역거점 공공의료기관이 필요한 상황인 것이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전염병은 항상 발생할 것이고, 전염병이 발생할 때마다 치료제가 나오기까지 수많은 인명이 희생될 것이다. 그리고 다음번 전염병은 어떻게 더 확산될지, 그 희생자는 누가될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만의 재정으로 지역거점 공공의료기관을 설립하기 어렵다면 정부 지원이 필요하겠지만, 장기적인 전망을 가지고 공공병원 설립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한 현재 위탁 운영하는 공공병원 먼저 직영하거나 적어도 공사를 통한 운영을 해야 할 것이다.

조규석(부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준) 이사장 | 콩나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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